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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야기 장내미생물은 우리인체에 동맹군일까? 아님 적군일까?
2013-07-31 16:43:33
이엠생명과학연구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미국의 잭슨 연구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실험용 마우스를 MMTV(mouse mammary tumor virus)라는 암유발 바이러스에 노출시킨 결과, (예상과는 달리) 암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연구소의 수뇌부는 분자유전학 전문가인 타티아나 골로브키나를 불러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조사 결과 "MMTV(숙주의 면역계 수용체인) TLR4가 있어야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문제의 마우스는 TLR4에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어서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진상조사 결과는 연구소를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왜냐하면 "바이러스는 TLR4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계의 통설이었기 때문이다.

 

그후 시카고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연구를 계속해 온 골로브키나는 마침내, 10여년 전 잭슨 연구소를 혼란에 빠뜨렸던 의문을 해결했다. 그녀는 Science 최근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MMTV는 마우스의 장내 미생물로부터 유래하는 분자로 자신의 몸을 감싼 다음, 이 분자들을 이용하여 마우스 면역계의 TLR4 수용체와 상호작용하여 마우스를 감염시킨다"는 놀라운 사실을 공개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줄리 페이퍼 박사(바이러스학)Science 같은 호에 기고한 또 한 편의 논문에 의하면, 장내 미생물의 구성요소를 모방하는 바이러스는 MMTV 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그녀에 의하면, 폴리오바이러스를 포함한 두 종류의 이상의 바이러스가 MMTV와 동일한 전략을 구사하여 숙주를 감염시킨다고 한다. "이번에 Science에 발표된 2편의 논문은 미생물군집(microbiome)이 바이러스의 감염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밝혀내는 개가를 올렸다. 이번 연구들을 계기로 하여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일 대학교의 루슬란 메드치토프 박사(면역학)는 논평했다.

 

1950년대 이후 과학자들은 "인체 내에 서식하는 우호적 세균이 병원성 세균을 몰아냄으로써 감염을 예방해 준다"고 생각해 왔다. 급기야 지난 몇 년 사이에 과학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충실한 동맹군(staunch allies)`이라고까지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예컨대 위장관 세균은 면역계의 발달을 규정지으며, 위장관 세균이 없는 마우스(무균 마우스)는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번에 MMTV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연구결과가 사실이라면 위장관 세균은 숙주의 든든한 동맹군이 아니라, 은근슬쩍 바이러스와 내통해서 숙주를 감염시키는 이중스파이인 셈이다.

 

MMTV는 모유를 통해 모체에서 자손으로 옮겨진 다음, 위장관을 통해 체내로 침투한다. 골로브키나가 이끄는 연구진이 정상적인 마우스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 의하면, 임신한 마우스에게 항생제를 투여하여 위장관세균을 제거한 결과, 새끼들의 비장(spleen)에서는 MMTV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무균 마우스가 낳은 새끼들에게 나중에 MMTV를 주입하자 새끼들은 그제서야 MMTV에 대한 항체를 생성했다고 한다. 이는 MMTV가 위장관 세균을 보유하지 않은 마우스를 감염시키지 못하며, 위장관 세균을 보유하지 않은 임신 마우스는 새끼들에게 MMTV를 퍼뜨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위장관 세균은 MMTV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는 것일까? 연구진은 다양한 실험실 연구와 `특정 면역계 신호전달 단백질이 결핍된 마우스`를 이용한 한 연구에서, MMTV는 세균의 세포벽에 존재하는 분자, LPS(lipopolysaccharide)를 이용하여 숙주의 몸에 침투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LPSTLR4를 자극하는 천연 리간드이다. LPS로 뒤덮인 바이러스가 백혈구의 TLR4에 결합하면, 그것은 면역신호 단백질인 IL-10의 생성을 자극하여 숙주의 항바이러스 반응을 억제한다. 그러면 MMTV는 면역계의 제지를 받지 않고 숙주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골로브키나 박사는 설명했다(첨부그림 참조). "골로브키나 박사의 연구는 바이러스와 장내미생물 간의 상호의존성을 보여주는 매우 독특한 사례다. 이제부터 역전사바이러스 연구자들은 역전사바이러스와 렌티바이러스의 감염성을 연구할 때 세균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워싱턴 의대의 허버트 버진 박사(바이러스 면역학)는 말했다.

 

한편 페이퍼 박사도 골로브키나 박사와 유사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갖고 있다. 3년 전 그녀는 - 다른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 장내미생물이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 중 한 명이 실시한 실험결과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 학생은 마우스를 4개의 항생제로 처리하여 장내미생물을 제거한 다음 폴리오바이러스를 도입한 결과, 장내미생물이 보존된 마우스에 비해 사망률이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항생제로 처리된 마우스에게 장내미생물을 재도입해 보니, 그 마우스들은 다시 폴리오바이러스에 취약하게 되었다. 후속연구 결과, 폴리오바이러스는 정상세균총을 가진 마우스 안에서는 잘 번식하는 데 반해, 세균총이 고갈된 마우스 안에서는 거의 번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페이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담도를 손상시키는 레오바이러스를 갖고서 동일한 실험을 실시해 본 결과, 레오바이러스 역시 폴리오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위장관세균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퍼 박사 연구팀은 골로브키나 박사 연구팀과 마찬가지로, LPS가 문제의 열쇠를 지니고 있다는 심증을 굳혔다. LPS와 함께 배양된 바이러스가 그렇지 않은 바이러스보다 높은 감염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 밖에 세균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도 바이러스의 복제를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페이퍼 박사는 골로브키나 박사와는 달리, 바이러스가 LPS에 결합하여 IL-10에 의한 항바이러스반응을 유도한다는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 했다. 그보다는 실험실 연구를 통해,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폴리오바이러스는 위장관세균에 달라붙는 능력이 뛰어나며, 이 능력이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엄청나게 증가시킨다"는 애매한 결론을 내렸다. "폴리오바이러스와 위장관세균의 결합은 바이러스가 위장관에서 불활성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폴리오바이러스가 위장관세균을 수송체로 이용하여 숙주세포에 쉽게 접근하는지도 모를 일이다"라고 페이퍼 박사는 말했다.

 

"Science 최근호에 발표된 두 편의 논문은 바이러스의 감염경로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폴리오바이러스나 레오바이러스 이외에 다른 바이러스도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을 사용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 연구의 활용가능성은 매우 넓다"라고 스위스 연방공대의 볼프-디트리히 하트 박사(미생물학)는 논평했다. 페이퍼 박사는 자신이 발견한 폴리오바이러스와 위장관세균 간의 관련성이 백신의 효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바이러스 감염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데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항생제가 바이러스성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재평가하게 해 준다. 항생제는 바이러스를 직접 제거하지는 못 하지만, 위장관세균을 매개로 하여 바이러스의 증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는 임상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리처드 그렌시스 박사(변역학)는 말했다.

  

출처 : http://www.sciencemag.org/content/334/6053/168.sh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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