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 미생물이야기



미생물이야기 인간의장(腸)에 서식하는 착한 바이러스가 있다?
2013-08-01 13:46:52
이엠생명과학연구원

 

인간의 장(腸)에는 백억 마리 이상의 세균이 서식하면서,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을 합성하고, 항염인자를 생성하며, (인간이 소화시킬 수 없는) 전분, 당, 단백질을 분해한다. 이들 장내세균 안에는 세균 바이러스(bacterial viruses), 즉 박테리오파지도 함께 서식하고 있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잡아먹거나 세균과 공생하면서 세균의 수(number)와 행태(behavior)를 조절하는데, 이들은 세균 사이에서 유전자들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생물들로 이루어진 이러한 역동적인 생태계(microscopic dynamic ecosystem)는 인간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최근 서구사회에서 빈발하고 있는 식품 알러지는 "극단적인 위생이 장내미생물의 집락형성을 저해하여 무해한 식품에 대해서도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다."는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을 등장하게 하였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중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세계를 탐험해 온 미생물학자들은 Nature 7월 15일호에 실린 논문에서, 마침내 인간의 대변에서 새로운 바이러스의 게놈을 발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들은 건강한 장(腸)의 말단에 서식하는 바이러스의 구성을 확인했는데, 이 구성은 사람마다 독특하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장내 미생물의 구성이 비슷한 일란성 쌍둥이들조차 장내 바이러스의 구성만은 다른 것으로 밝혀져, 많은 이들의 경탄을 자아내고 있다. "인체는 미생물과 인간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독특한 생명체이다. 우리는 완전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 기분이다."라고 이번 연구를 주도한 워싱턴대학의 제프리 고든(Jeffrey Gordon) 박사는 말했다.


위생가설을 증명하려면 먼저 건강한 인체의 미생물 생태계의 구성을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든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은 첨단 DNA 시퀀싱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미생물체(microbiome, 인체에 서식하는 모든 미생물의 집합체)에 대한 목록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까지 과학자들의 주된 관심은 `바이러스`보다는 `세균`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든 박사의 이번 연구는 많은 과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바이러스는 미생물 생태계를 움직이는 주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바이러스가 세균을 변화시키고, 세균은 인간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어떤 바이러스가 인체를 조종하는지을 알아냄으로써 인체의 생성원리를 알아내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스탠퍼드 대학의 데이비드 렐만 박사(David Relman, 미생물학)는 말했다. 렐만 박사는 미 국립보건원(NIH)이 추진하는 「인간미생물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에 관여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장 말단(결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오파지의 구성은 제각기 독특하고 여느 생태계(예: 바다, 평원)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이라고 한다. 연구진이 4쌍의 쌍둥이와 그들의 어머니로부터 대변을 채취하여 마이크로바이옴(세균체)과 바이롬(virome, 특정 환경에 서식하는 모든 바이러스의 게놈, 즉 메타게놈을 말함)을 분석해 본 결과, 한 어머니와 그 어머니에게서 출생한 쌍둥이들은 타인(유전적으로 무관한 사람들)과 다른 세균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일한 세균체를 공유하는 어머니와 쌍둥이라 할지라도 바이롬의 구성만은 달라, 12명의 대변에서 검출된 바이롬은 제각기 독특한 특성을 나타냈으며, 1년 동안의 변화율이 5% 미만일 만큼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장내 박테리오파지는 증식하거나 자신들이 감염시킨 세균을 살해하지 않고 조용히 `우호적 바이러스`(prophage)로 살아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다에 사는 바이러스들은 약탈자(predatory)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일부 온건파(우호적 바이러스)에 의해 주도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호적 바이러스는 자신들의 유전자를 숙주(세균)의 게놈에 통합시키고 그 속에 조용히 숨는다. 이것은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다."라고 MIT의 에드워드 드롱(Edward Delong) 박사는 논평했다. "장내 바이러스 집락의 구성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공생관계(symbiosis)를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자연계와 인간사회에 으레 나타나기 마련인 포식자-피식자 관계(predator-prey), 또는 군비경쟁(arms race)과는 판이하게 다른, 상이한 생물집단이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공존(settled existence)의 전형적인 모습이다."라고 뉴욕대학 메디컬 센터의 마틴 블레이저(Martin Blaser) 박사는 말했다.

연구진은 박테리오파지에서 이제껏 발견된 적이 없는 특이한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분석 결과 이 단백질은 본래 세균의 것으로서 탄수화물을 대사시키고 아미노산을 합성하는 데 사용되는 단백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박테리오파지가 이러한 단백질의 유전자를 보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박테리오파지가 이 유전자들을 변형시켜 위장관세균의 게놈에 삽입하고, 위장관세균은 이 유전자를 이용하여 인체의 대사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인간의 장에 존재하는 미생물 생태계는 인간의 식생활과 행동을 좌지우지한다. 즉, 인간의 영양상태와 건강상태는 부분적으로 세균과 박테리오파지의 관계에 의존하기 때문에, 박테리오파지와 세균 간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비만, 알러지, 기타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연구가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드롱 박사는 말했다. 한편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노아 피어러 박사(Noah Fierer)는 PNAS 3월 15일호(온라인판)에 기고한 논문에서, 인간의 손가락 끝에 서식하는 세균을 채취하여 분석하면 인간의 신원을 알아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GTB2010030468), 이번 연구는 인간의 신원을 밝히는 데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문지동 KAIST문지캠퍼스강의동L605호 대표이사:(원장)서범구 사업자번호:314-86-01479
전화번호:1800-0250 팩스번호:07074559748 관리자이메일:puom9@naver.com
이엠생명과학연구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