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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야기 항생제 내성균 먹는 ‘박테리오파지’
2013-08-01 17:07:16
이엠생명과학연구원

 

항생제 내성균 먹는 ‘박테리오파지’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선을 기억하는가. 각진 몸통에, 옆으로 게 다리처럼 생긴 착륙용 다리가 비죽이 나와 있다. 그런데 이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선과 꼭 닮은 생물이 있다. 그것도 크기가 0.1μm(마이크로미터ㆍ1μm=백만분의 1m)에 불과해 세균용 필터로 걸러도 거뜬히 통과하는 작은 생물이다. 그 주인공은 ‘박테리오파지’라는 바이러스다.

박테리오파지에서 박테리오는 ‘세균’이란 뜻이고, 파지는 ‘먹는다’는 뜻이다. 즉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다. 감기를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기묘한 모양 때문에 바이러스 세계에서 박테리오파지는 꽤 유명 인사다. 게다가 최근 과학자들은 박테리오파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1915년 프레데릭 드워트는 포도상구균을 키우다가 균이 투명하게 녹은 것을 발견했다. 그 부위를 떼어내 다른 포도상구균에 집어넣었더니 그 균도 녹았다. 그는 이 ‘물질’이 세균이 생산한 독소라고 생각했다. 프랑스 세균학자 펠릭스 데렐은 그 ‘물질’이 세균을 죽인다고 해서 박테리오파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는 그것이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박테리오파지가 물질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30년대 전자현미경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박테리오파지는 머리와 꼬리로 돼 있다. 다각형으로 생긴 머리 내부에는 유전물질인 DNA(종류에 따라 RNA가 든 박테리오파지도 있음)가 들어있다. 머리 아랫부분은 꼬리다. 신축성이 있는 단백질로 돼 있고 세균 표면에 달라붙는 부위를 ‘기저판’이라고 부른다. ‘다리’처럼 보이는 것은 미세섬유 조직이다. 전체를 구성하는 단백질 수가 약 150개에 불과하다.

박테리오파지가 처음 발견된 것은 포도상구균에서였지만 이후 대장균을 비롯한 다른 여러 세균에서 발견됐다. 감염하는 세균에 따라 박테리오파지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세균 표면에 붙은 박테리오파지는 마치 주사기처럼 표면에 자신의 몸통을 꼭 부착시킨 뒤 DNA를 세균 속으로 주입한다. 이처럼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에 감염할 때 단백질 껍질은 세균 표면에 그대로 놔두고 DNA만 세균 속으로 쏙 들어간다.

일단 세균을 감염하는 파지는 두 가지 형태의 생활사를 보인다. 대표적인 박테리오파지인 T4 파지는 대장균에 들어간 뒤 30분 내에 대장균을 터트리고 나오는 ‘용균성 생활사’(lytic cycle)을 가지고 있다. 일단 대장균에 들어간 T4 파지의 DNA는 특별한 효소를 만들어 대장균의 DNA를 박살낸다. 그리고 대장균의 복제효소와 리보솜을 사용해서 수십~수천 개의 T4 파지 DNA와 단백질 껍질을 만든다. 이들 DNA와 단백질 껍질은 서로 결합한 뒤 대장균을 터트리고 나온다. 매우 공격적인 박테리오파지다.

같은 대장균에 감염하지만 람다 파지는 조금 다른 ‘용원성 생활사’(lysogenic cycle)을 가지고 있다. 대장균에 들어간 람파 파지의 DNA는 대장균의 DNA 속으로 슬쩍 끼어들어간다. 이후 대장균이 증식하면 람파 파지도 함께 증식하면서 조용히 생활한다. 그러나 자외선을 쐬는 등 특정한 자극을 받으면 람파 파지도 T4 파지와 같이 용균성 생활사로 바뀌기도 한다.

그럼 과학자들이 박테리오파지를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처음에 과학자들은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박테리오파지를 주목했다. 생물학에서는 특정 유전자를 어떤 생물로 전송할 필요가 자주 발생한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전송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과정을 중개해 주는 매개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벡터’라고 한다.

람다 파지의 경우 미생물에 감염해서 그 미생물의 DNA로 끼어들어가는 특성이 있다. 만약 람다 파지에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를 넣어주면 그 유전자는 미생물의 DNA로 끼어들어갈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람다 파지의 크기가 매우 작아서 넣을 수 있는 유전자의 크기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원하는 유전자를 잘게 잘라서 따로 따로 넣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과학자들은 항생제를 대체할 강력한 수단으로 박테리오파지를 주목하고 있다.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을 죽이는 반면 인체에는 무해하기 때문이다. 사실 박테리오파지를 세균을 죽이는 수단으로 쓰려는 시도는 오래됐지만 효용성 등의 문제 등으로 최근 전까지 무시됐었다. 그러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늘자 세균을 죽일 새로운 수단이 필요해진 것이다.

지난 9월 4일 영국 웰컴트러스트생거 연구소의 아나 토리비오 박사는 쥐에 결장염을 일으키는 시트로박터 로덴티움에 감염된 쥐를 박테리오파지로 완치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토라비오 박사는 캠 강에서 서식하는 여러 박테리오파지 혼합액을 쥐에 투여했는데, 그는 여러 종류를 섞어 투여하는 것이 내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치료하고자 하는 병원성 세균을 죽이는 박테리오파지가 없는 경우다. 과학자들은 박테리오파지에서 세균의 표면에 직접 달라붙는 부위인 기저판을 변형시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기저판은 16개의 단백질로 돼 있는 복잡한 구조로 보통 때는 6각형 구조지만, 박테리아 표면에 달라붙으면 별 모양으로 바뀐다. 기저판의 부착섬유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변형하면 기존 박테리오파지가 인간에게 해로운 세균에 감염하도록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농약 대신 천적을 사용해서 해충을 잡는 방법은 여러모로 유익한 점이 많다. 농약의 독성도 남지 않고 생태계 유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세균 세계에서 농약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부작용도 많고, 내성균의 등장은 항생제에 의존했던 인류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의 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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