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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야기 아스팔트 먹는 박테리아
2013-08-01 17:13:45
이엠생명과학연구원

 

아스팔트 먹는 박테리아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밤하늘을 보면서 과학 이야기를 해주시곤 했다. 엄마가 얘기해주는 과학 이야기는 정말 실감 나고 흥미진진했기 때문에 나는 얼른 밤이 오기를 기다린 적도 있다. 어느 날 엄마는 나에게 세상엔 눈으로 볼 수 없는 생물도 있다는 이야기를 말씀해 주셨다.


“요즘도 학교에서 우유 잘 먹고 있니?”
“응. 그런데 가끔 깜박하고 안 먹으면 다음 날 우유에 건더기가 생겨. 왜 그런 거야?”
“상해서 그렇단다. 바로 우유 속에 있는 세균 때문이지.”
“세균? 우유 속에? 난 못 봤는데… 막 꿈틀거려?”
“아니~ 세균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그래서 미생물이라고 그러기도 해.”

 

“눈으로 볼 수 없는 생물?”
“그렇지.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생물.”
“어디에 있어? 지구에 있어?”
“지구에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환경 외에도 다양한 자연환경이 존재한단다. 예를 들면 남극 기온은 영하 60도 이하로 내려가고 심해저 열수분화구 주변의 수온은 100도가 넘거든. 이렇게 춥고 뜨거운 곳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생명이 없는 곳은 없어.”

 

“으아~ 생각만으로 춥고 뜨겁다! 그냥 안 춥고 안 뜨거운 곳에서 살면 안 돼?”
“그 생물들은 그들이 있는 환경이 최적이라고 느끼는 거겠지. 80도 이상 되는 고온 환경에서만 잘 자라는 초고온균 얘길 해줄까? 초고온균이 생산하는 단백질은 100℃에서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중온성 미생물이 고온에서 오염되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단다. 그러면서도 중온균이 생산하는 효소와 동일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중온균 효소들이 변성을 일으키는 극한 환경에서 안정하기 때문에 신기한 것이지.”

 

“음… 좀 신기한 균이네?! 다른 종류 또 있어?
“신기하지? 세균은 원래 중성(pH 7)에서 잘 자라는 성질이 있어. 그런데 호산성균이라는 세균은 산성 환경을 좋아하고, 호염균은 알칼리성 환경을 좋아해서 소금 농도가 아주 높은 곳에서 살아.”

 

“잠깐! 종류가 많으니까 헷갈려~”
“이렇게 생각하면 돼. 심해저에서 서식하는 호압균의 경우, 압력을 좋아하니까 호압균이라고 부르는 거야. 이 균은 수심 6,500m에서 650기압이 되는 높은 압력을 좋아하는데, 650기압이라면 1㎠ 크기에 650㎏의 무게가 실리는 것과 같거든. 정말 대단하지? 그럼 퀴즈 하나 내볼까? 암석에서 사는 균을 뭐라고 할까?

 

“암석에서 사는 균? 그럼 호암석균인가?
“으하하~ 반은 맞았다. 암석 안에서 자라는 암석균이 있고, 독성물질이 있어야 사는 내독성균도 있어. 건조내성균은 생명의 필수요건이라는 물이 거의 없는 곳에서만 사는 미생물이고. 다 외우려고 하면 어려워. 이해하는 게 중요하지. 지금도 계속 이런 미생물들이 발견되고 있거든.”

 

“그러면 이 생물들을 다 미생물이라고 부르는 거고 세균은 안에 포함되는 거야?
“천천히 설명해줄게. 이렇게 극한 환경에서 사는 미생물의 발견이 늘어나자 미생물의 분류방법도 바뀌게 되었단다. 즉 핵막과 기관이 없다는 점에서는 세균(박테리아)과 비슷하지만 세포막의 구조나 DNA와 단백질을 합성하는 방법은 진균류(곰팡이)와 비슷해. 그래서 극한미생물을 아키아(Archaea)로 따로 분류하게 되었어. 이제 미생물에는 세균, 아키아, 진균이라는 세 개의 도메인이 있는 것이라고 보면 돼.”

 

“응. 세 개의 도메인이라…”
나는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머릿속으로 분류해 보았다.
“새로 발견된 다른 미생물이 있는지 인터넷에서 같이 찾아볼까?”
엄마는 냉장고에서 간식을 가져오시면서 나를 컴퓨터 앞으로 부르셨다. 나는 미생물에 대해 점점 관심이 깊어졌다. 엄마는 미생물에 대한 기사를 검색하시다가 나를 향해 반갑게 소리치셨다.

 

“이것 봐.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 한복판에 있는 2만 8천 년 된 타르에서 박테리아가 발견됐대!”
“엄마. 타르가 뭐야?”
“타르란 물질을 태울 때 발생되는 모든 형태의 점액질을 지칭하는 대명사야. 목재에서 휘발성 물질을 제거하고 남은 물질을 나무 타르라고 하고 담배가 탈 때 생기는 점액물질을 담배 타르라고 하지. 그리고 석유나 석탄에서 휘발성 물질을 제거하고 남은 찌꺼기를 콜타르(Coal Tar)라고 하는데 이것이 아스팔트로서 도로포장에 사용되거든.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있는 타르는 바로 도로포장에 쓰이는 아스팔트야. 그동안 이 거대한 타르에서 무수히 많은 동식물 화석이 발견되었단다.

 

“어떻게 발견한 거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발견했나?”
“하하. 도심이라고 하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이 중유 찌꺼기인 타르에서 거품이 일어나는 것을 몇몇 과학자들이 관찰했대. 기사에 따르면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 대학의 환경과학자 데이비트 크롤리 교수와 그 연구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인 김종식 박사가 함께 관찰했다고 하는구나. 연구팀이 거품의 정체를 추적한 결과, 거품은 아스팔트를 먹고사는 박테리아가 배출하는 메탄가스임이 밝혀졌지. 타르 구덩이에서 박테리아 수백 종을 발견한 거고.

 

“우웩, 아스팔트가 맛있을까? 그걸 먹고살게~”
“덕분에 우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잖아. 이 아스팔트를 먹는 박테리아의 DNA 염기서열까지 해독하게 되었으니 말이야. 연구팀은 아스팔트를 먹는 박테리아에서 석유를 분해하는 효소 세 가지를 발견했대. 이 효소들을 이용해 토양이나 해양에 유출된 기름으로 인한 오염을 제거할 수 있어. 그리고 신약을 발명하고 바이오연료를 제조하고 석유 회수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을 거야.

 

“음… 그렇게 사람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다른 박테리아도 더 많이 발견됐으면 좋겠다!”
“맞아. 이 박테리아와 마찬가지로 다른 극한미생물들도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어. 어쩌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지.
“엄마, 앞으로는 어떤 신기한 박테리아가 우리 앞에 나타날까? 생각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렇지?”
“응, 나도 그래.”


글_이정모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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