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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야기 바이러스 잡아먹는 ‘바이로파지’ 연속 발견
2013-08-01 17:32:49
이엠생명과학연구원

 

바이러스 잡아먹는 ‘바이로파지’ 연속 발견

 

바이러스 이용 기술, 날로 발전해

최근 호주 연구팀이 남극 오가닉 호수에서 자연적인 환경에서 서식하는 최초의 바이로파지로 평가되는 OLV(Organic Lake Virophage)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바이로파지(virophage)란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바이러스란 의미로서, 바이러스를 ‘박테리아를 잡아먹는다’는 뜻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고 부른 데서 나온 말이다.

 

생명체의 숙주 세포 속에서만 자기 복제와 번식이 가능한 바이러스는 기생할 숙주를 필요로 하지 않는 박테리아와 달리 기생할 숙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바이러스는 이처럼 정상 세포에 침투하여 세포를 파괴함으로써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그런데 지난 2008년 프랑스 지중해대의 베르나르 라 스콜라 박사는 파리의 냉각탑에서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했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이름을 따서 ‘스푸트니크’라고 명명된 이 바이로파지는 대형 바이러스인 미미바이러스 속에 침투하여 잡아먹는다.

또 스푸트니크는 숙주 바이러스나 다른 미생물의 유전자를 약탈해 자신의 유전자와 섞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에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대의 미생물학자 리카르도 카비올리치 연구팀이 발견한 OLV는 하등 은화식물인 조류(藻類)를 공격하는 피코드나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OLV가 피코드나 바이러스를 잡아먹음에 따라 오가닉 호수의 해빙기 동안 조류의 사망률을 낮추어 조류가 번성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편, 지난달에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해양미생물학자 커티스 셔틀이 해양에 서식하는 바이로파지인 마바이러스(Mavirus)를 발견했다. 마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하나인 카페테리아 로엔버젠시스를 잡아먹는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발견된 이 세 종류의 바이로파지는 모두 유사한 염기서열을 갖고 있으며 핵세포질 거대 DNA 바이러스를 숙주로 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스푸트니크 바이로파지와 비슷한 OLV의 단백질 껍질 유전자가 남극의 에이스호, 갈라파고스 근처의 용승 지역, 파나마의 민물호수 등 다른 해양환경의 숙주에서도 발견된 것을 감안할 때 바이로파지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푸트니크 바이로파지를 발견한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프랑스 미생물학자 크리스텔 드누스는 “앞으로 바이로파지의 발견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바이러스

미국의 병리학자 토벤버거 박사는 “인간의 역사는 바이러스와의 끊임없는 투쟁의 역사”라고 말한 바 있다. 바이러스는 변신의 귀재이다. 따라서 치료제를 개발해도 바이러스는 재빠르게 새로운 형태로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인간을 괴롭히고 있다.

인간은 이 같은 바이러스 때문에 엄청난 고통에 시달려 왔지만, 반면에 이러한 적들과의 투쟁 속에서 진화하며 유전적으로 다양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역으로 이용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전지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바이러스 이용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바이오메드 센터의 개방형 학술지인 ‘Molecular Cancer(분자 암)’ 지에는 레오바이러스가 암세포로 하여금 염증 유발 단백질 분비를 억제하게 함으로써 결국은 암세포를 죽게 만든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가 최근 게재되었다.

인간의 폐에서 종종 발견되는 레오바이러스는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바이러스로서 주목을 끌고 있다. 정상 세포는 항바이러스 단백질인 PKR이 있어서 레오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암세포에서는 PKR 단백질의 생산이 정지되므로 레오바이러스가 활성화될 수 있다. 레오바이러스가 암세포만을 골라서 잡아먹는 비밀이 바로 거기에 숨어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의 여러 연구팀에서 임상시험을 한 결과, 레오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치료가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암 살상 바이러스의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유전자 조작 기술로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프로모터(promotor)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부착시켜 암 치료 바이러스를 만드는 기술이 있다. 이렇게 하면 바이러스가 정상 세포에 침투했을 때는 복제가 일어나지 않지만 암세포에 침투했을 경우에는 프로모터가 작용해 바이러스 복제가 활발히 진행되어 암세포를 파괴시킨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폴리오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등이 이처럼 유전적으로 변형된 암세포 살상 바이러스로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설치류를 감염시키는 ‘파보바이러스 H-1(H-1 PV)’의 경우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고도 다양한 종양세포에 대해 암 살상 바이러스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전지 효율 10배 높이는 바이러스

지난해 독일 암연구센터는 H-1 PV를 이용해 실험쥐의 아교모세포종이라는 악성 뇌종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H-1 PV는 건강한 세포에 침투할 경우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를 생성하지 못하지만, 종양 조직에 침투할 경우 증식을 거듭하여 파괴시킨다.

설치류를 감염시키는 H-1 PV는 인간에게 아무런 질병을 초래하지 않으며, 또한 인간에게 주입되어도 당장 인간 면역계에 의해 제거되지 않으므로 효능과 안전성을 겸비한 유망한 암 살상 바이러스로 꼽히고 있다.

한편 지난 2009년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연구팀이 유전자가 조작된 바이러스를 이용해 현재 개발되고 있는 리튬2차전지보다 10배 정도 큰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연구팀은 M13 바이러스 표면이 음극 성질을 띠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다음 양극 재료인 인산화철을 합성해 친환경적이며 에너지 효율이 더 높은 새로운 방식의 리튬이온전지의 제조법을 제시했다.

또 메릴랜드대 연구팀은 담배 잎을 병들게 하는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TMV : tobacco mosaic virus)를 이용해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용량을 10배 증가시킬 수 있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말 발표했다. TMV는 전극의 금속판에 바인딩될 경우 바이러스 기능이 제거되는데, 유전자를 조작하여 금속 전극을 연결하는 데 사용할 경우 리튬이온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활성성분의 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무선센서 네트워크 같은 마이크로시스템이 쓰이는 에너지 저장장치를 제작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바이러스인 바이로파지의 잇따른 발견이 암세포를 잡아먹는 암 살상 바이러스처럼 새로운 질병치료제의 장을 열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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