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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야기 효소 공격으로 '녹조' 말끔히 없앤다.
2013-08-05 14:12:46
이엠생명과학연구원

매년 여름이면 강과 바다에서 녹조현상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다. 지난여름 전라남도 앞바다에 대규모 녹조현상이 발생해 수산업과 양식업에 큰 피해를 주었다. 위성이 관측한 사진을 보면 전체 면적이 남한의 4분의1에 달할 정도로 넓다. 학계에서는 중국의 김 양식업자들이 떼어낸 녹조류가 해류를 따라 우리나라로 밀려든 것으로 보고 있다.
 

▲ 해양관측위성이 잡아낸 녹조류의 이동. 중국에서 흘러온 녹조가 전라남도 앞바다에 닿았다.  ⓒ전남대

녹조현상은 광합성을 통해 증식하는 녹조식물로 인해 발생한다. 햇볕이 강한 여름철에 특히 급증하는 녹조류는 물속 용존산소량을 줄여 주변 생물을 질식시킨다. 수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요주의 대상이다. ‘남조류’라 불리는 일부 광합성 세균도 녹조현상의 원인이 된다. 게다가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분비해서 수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바닷물뿐만 아니라 내륙에서도 녹조현상의 피해는 심각하다. 지난달 춘천 의암호에는 녹조주의보가 발령되어 어류 취식금지 권고가 내려지기도 했다. 강이나 호수 등 내륙에서 녹조현상이 생기면 수상 레저활동과 식수 이용에 큰 불편이 생긴다. 남조류를 마시거나 만지면 간과 피부에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녹조현상을 없애는 새로운 방법이 발견됐다. 먹이를 제한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유전자 분석으로 효소 생성원리를 알아내어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인공화합물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 로체스터공대의 안드레 허드슨(André Hudson) 교수와 호주 멜버른대의 렌윅 돕슨(Renwick Dobson) 교수는 미국 공공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러스원(PLoS ONE)’과 결정화 분야 학술지 ‘크리스털라이제이션 커뮤니케이션스(crystallization communications)’에 각각 공동논문을 게재했다.

특이한 점은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학부생이 두 논문 모두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로체스터공대 생명공학과의 이르마 히론(Irma Girón)이 주인공이다. 히론 연구원은 녹조류와 남조류가 필수 아미노산을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전달물질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필수 아미노산 만드는 전달효소 찾아내

녹조현상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황토를 뿌려서 녹조식물과 남조류를 응집시킨 뒤 바닥으로 가라앉히거나 뜰채로 떠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아예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증식한다는 단점이 있다.

 

▲ 지난달 춘천 의암호를 물들인 녹조현상  ⓒ연합뉴스

녹조류의 먹이가 되는 질소와 인 등 유기물을 없애거나 알루미늄 성분을 살포해 세포벽을 파괴하기도 한다. 어항에 생기는 녹조를 없애려고 투입하는 녹조제거제도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다. 그러나 대부분 1차적인 처방에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전과는 달리 완벽한 녹조제거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허드슨 교수 연구진은 녹조현상이 ‘광합성’으로 영양분을 얻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녹조식물과 일부 남조류는 광합성을 이용해 라이신(lysine)을 합성한다.

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인 라이신은 성장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단백질 벽돌’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인간이나 동물은 체내에서 라이신을 만들어낼 수 없어 육류나 과일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지금까지 라이신이 만들어지는 경로는 2가지만 알려져 있었다. 효모와 곰팡이는 알파-아미노아디핀산(AAA)을 매개체로 메소-디아미노피멜린산(m-DAP)을 만들어 라이신을 생성하는 이른바 ‘아실기 경로(acyl pathway)’를 이용한다. (그림의 a)

반면에 박테리아와 광합성 유기체들은 메소-디아미노피멜린산 탈수소효소(Ddh)를 매개체로 메소-디아미노피멜린산을 만들어 라이신을 생성하는 ‘탈수소효소 경로(dehydrogenase pathway)’를 통해 생성된다. (그림의 b)

그런데 지난 2006년 허드슨 교수가 새로운 생성경로를 발견했다. 유전자 실험에 많이 쓰이는 애기장대풀(Arabidopsis thaliana)의 광합성 기관을 연구하던 중 ‘LL형 디아미노피멜린산(L,L-DAP)’이라는 효소가 작용해 매개체 없이 단번에 라이신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 제3의 경로에는 ‘아미노전달효소 경로(aminotransferase pathway)’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림의 c)

 

▲ 기존에 알려진 라이신 생성경로는 '아실기 경로'(a)와 '탈수소효소 경로'(b)인데 허드슨 교수는 새로 '아미노전달효소 경로'(c)를 발견했다.  ⓒCrystallization Communications


효소에 의해 라이신이 생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학부생인 히론 연구원은 “전달효소와 결합하는 기질(substrate)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신호를 교란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냈다. 자물쇠에 맞는 열쇠가 있는 것처럼 효소가 작동하려면 적합한 기질과 결합해야 한다는 점을 응용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허드슨 교수가 논문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단백질 분석으로 녹조현상 억제물질 개발 가능

인공기질을 만드는 작업에는 결정학(crystallography)의 권위자인 돕슨 교수가 참여했다. 결정학은 엑스선의 회절성질을 이용해 분자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하는 기술로, 약 20개의 노벨상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파악한 것도 2009년 라마크리슈난, 스타이츠, 요나트 박사가 노벨 화학상을 받은 것도 엑스선 결정학 덕분이었다.

실험대상으로는 녹조류의 일종인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 reinhardtii)를 이용했다. 클라미도모나스는 두 개의 편모를 가진 단세포 생물로 효모(yeast)처럼 단백질 연구에 유리해 생물분자유전학 분야에서는 ‘녹색 효모’라 부른다.

돕슨 교수는 클라미도모나스에서 단백질을 분리해 정제했을 때 나타나는 미세결정에 엑스선을 쏘아서 이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했다. 그러자 독특하게 접혀 있는 단백질 고유의 3차원 구조가 드러났다. 자물쇠의 생김새를 알아냈으니 그에 맞는 열쇠를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유전자 공격으로 녹조를 제거하는 방법을 발견한 로체스터기술연구소의 허드슨 교수(왼쪽)와 히론 연구원  ⓒ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

허드슨 교수는 사이언스데일리(Science Daily)와의 인터뷰에서 “히론 연구원의 아이디어와 돕슨 교수의 엑스선 결정기술을 이용해 인공약물을 만들었다”며 “천연물질이 기질로 작용해서 효소와 결합하기 전에 인공약물을 투입해 효소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라이신 관련효소를 이용한 유전자 공격이 다른 동식물이나 인간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앞서 말했듯이 인간과 동물은 라이신을 직접 합성하는 데노보 합성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체 내에서 물질이 합성될 때 기존의 물질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샐비지 합성(salvage synthesis)’이라 부르고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데노보 합성(de novo synthesis)’이라 부른다. 노보는 라틴어로 ‘새롭다’는 뜻이며 라이신 생성은 데노보 합성에 속한다.

그러므로 라이신 관련 효소의 작동을 멈추는 약물이 투여되어도 인간이나 동물에게는 아무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수생식물도 마찬가지다. 특정 종의 효소만을 타겟으로 하는 약물은 다른 종의 효소에 반응하지 않으므로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

때문에 각국은 효소전달물질을 제어해 특정 질병과 세균에만 작용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발견으로 새로운 녹조제거제가 탄생한다면 내륙과 바다에서 많은 피해를 일으키는 녹조현상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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