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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야기 누가 뭐래도 미생물과 더불어 살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인 것을!
2013-08-06 11:21:35
이엠생명과학연구원

사람의 몸은 많게는 200여 가지의 조직이 얽히고설켜 여러 꼴의 기관을 만들며, 총중에서 피부(skin)라는 기관은 여러 자극을 느낄 뿐더러 수분증발, 병원균의 침투를 막는다. 대략 2㎡가 되는 사람 피부에는 1천여 종의 세균(bacteria)이 부글거리며 그 세균을 모두 헤아리면 1012(1조)마리나 되고, 내장에 사는 세균·곰팡이·원생동물 따위를 모두 합치면 사람 세포(100조개)의 10배는 너끈히 넘는다 한다.

물론 안팎의 이것들은 거의가 유익한 ‘공생미생물’이요, 우리의 살갗 스스로도 카텔리시딘(cathelicidin)을 분비해 유해한 피부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데, 끈질긴 아토피(atopy)도 바로 이 카텔리시딘이 제대로 합성하지 않을 때 생긴다. 이렇게 큰소리치지만 피부 세균의 90%는 실험실에서 잘 자라지 않기에 연구가 아주 늦었지만 다행히 근래 와서 DNA를 분석해 種을 감별하기에 그 속도가 아주 빨라졌다 한다.

 

 

그 학생들이 이미 오십 중후반대가 됐다. “목욕은 몸을 청결하게 하고, 피돌기를 빠르게 해 피로회복에 좋다”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 녀석이 손을 벌떡 치켜들고는 “선생님,  목욕을 하고 나니 더 피곤하던 데요”하고 뜬금없는(?) 화살을 날린다.

그땐 그럴 만도 했다.  ‘때밀이 아저씨’들이 재미를 봤던 시절로, 너나 할 것 없이 한달에 두세 번 목욕탕에 가서 ‘이태리 타월’인가 하는 까칠까칠한 수건으로 묵은 때를 정갈하게 씻는답시고 한바탕 빡빡 문지르고 나면 맥이 탁 풀리고 힘이 쭉 빠졌지. 그 여린 살갗을, 무지몽매한 일이었다.

그래도 그건 우리 유년기 때 비하면 약과다. 늦가을에서 이듬해 늦봄까지 목욕은 고사하고 머리감기를 못하니 두상은 온통 ‘까치집’이었고, 엄동설한에 제사나 올라치면 간신히 소죽솥에 물 데워 슬쩍 끼얹어 沐浴齋戒라고 했지. 서럽고 슬펐던 시리도록 궁박한 어이없는 이야기는 여기서 고만.

그럼 요새는? 이 고집불통인 미개인(?)은 아직 옛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여름에는 3~4일에, 겨울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머리를 감는다. 샤워를 해도 되도록이면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같이 체모가 많은 곳이나 손ㆍ발가락사이에만 비누칠을 하며 얼굴은 물로만 씻는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으레 아침마다 머리를 감고 전신에는 비누칠갑을 한다. 분명 이 늙은이가 영 모자란다면(不及) 젊은이들은 한참 넘친다(過).

누가 뭐래도 미생물과 더불어 살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인 것을! 숲은 더불어 이뤄진다고, 우리 살갗에는 세균 등의 여러 미생물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고 바글바글 득실거리니 말해서 ‘열대우림 생태계’를 빼닮은 ‘피부생태계(skin ecosystem)’를 이룬다. 이들 微物이 까탈을 부리는 병원성미생물 몇을 제하고는 죄다 착하기에 굳이 美物이라 불러도 좋을 듯. 그러나 피부면역력이 떨어지면 세균은 털구멍(毛囊)에 여드름을, 곰팡이는 발과 머리에 무좀비듬을 일게 한다.

세균은 피부 생태계 중에도 기름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콧구멍·콧등 옆·귓바퀴 아래·등짝과 땀이 나서 늘 습기가 차는 손가락·발가락 사이나 겨드랑이에 많다. 몸에 땀이 나면 어느새 세균들이 염분·아미노산·지방산·젖산이 든, 원래는 냄새가 전연 없는 무취한 땀을 아미노산이나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 이소발릭산(isovalericacid) 등으로 분해하면서 번식하니 퀴퀴하고 신 내를 풍긴다. 그러나 땀에 든 젖산(lactic acid)이나 세균들 탓에 피부가 약산성(pH 4~4.5)을 띠어 해로운 세균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

조금 덧붙이면, 여러 미생물들은 피부 면역계를 자극해 피부 건강을 돕는다. 일례로 피부에 사는 Staphylococcus epidermidis라는 세균은 박테리오신(bacteriocin)을 만들어 다른 세균을 죽이니 일종의 항생물질인 셈이다. 실제로 우리가 쓰는 항생제들도 세균이나 곰팡이가 분비한 항생물질로 以夷制夷라, 오랑캐로 오랑캐를 무찌르는 꼴이다. 한 마디로 피부 생태계의 미생물들도 끼리끼리 밀림생태계처럼 ‘먹이와 공간’을 두고 약육강식(정글법칙), 죽기 살기로 싸운다.

결론이다. 흔히 ‘때’라 부르는 15~20층의 각질세포가 모인 각질층은 기름기(脂質)가 감싸고 있는 중요한 피부보호 장친데 비누칠에 그만 녹아버린다. 뿐만 아니라 수건으로 싹싹 문지르면 세균은 물론이고 까딱 잘 못하면 생살까지 벗겨버린다. 암튼 토박이 공생세균을 홀랑 날려버렸으니 이때다 하고 다른 병원균이 잽싸게 피부를 공격한다. 그러고 보면 애오라지 목욕은 자주 않는 것이 좋고, 몸을 씻더라도 아예 비누를 쓰지 않는 것이 옳다. 아토피 같은 피부병은 살갗을 너무 청결히 한 탓에 생기므로 어릴 때부터 흙도 뒤집어써서 살갗의 저항력을 키워주는 것이 백번 옳다. 그리하여, 나는 학생들에게 늘 “제발 자식을 지저분하게 키우시게나”하고 신신당부하는 얼간이 선생이다.

 

출저> 권오길의 생물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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