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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야기 또 한 명의 모기 사냥꾼- 파비아의 그라시(Giovanni Battista Grassi, 1854?1925)
2013-08-06 14:35:25
이엠생명과학연구원

<또 한 명의 모기 사냥꾼>

 로스가 실패했던 일에 도전한 사람은 파비아의 그라시(Giovanni Battista Grassi, 1854?1925)였다. 그는 스물아홉에 이미 교수가 되었고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길 것이라고 로스가 알기 전부터 실험했지만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 그라시 사후 30주년 기념우표 ⓒ

 

그런데 1898년 로스가 새로부터 말라리아균을 발견하던 해 로스 소령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시 말라리아 연구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그가 말라리아 연구를 하게 된 동기는 애국심 때문이다. 당시에 말라리아는 수풀이 우거진 저지대에 사는 이탈리아인 수백만 명을 공격하여 이탈리아의 가장 비옥한 농장들을 황폐화시키고 있었으므로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믿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미생물 사냥꾼의 황제인 코흐가 모기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왔다. 코흐는 당시 결핵 치료제로 발표했던 튜베르클린의 부작용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으며 아내와는 이혼한 상태였다. 다소 불안정한 상태의 코흐를 만난 그라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탈리아에는 모기가 아주 많은 지역이 있는데 그곳에는 말라리아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므로 모기가 말라리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모기가 없는 곳에서 말라리아가 발생한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그라시는 모기가 많은 지역인데도 말라리아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특별한 종류의 모기만이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라시는 자신을 살인범을 찾아내려는 경찰관에 비유했다.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수천 명의 사람들을 한 사람씩 조사하지는 않고 우선 수상한 불량배부터 먼저 조사한다는 것이다. 그라시의 생각은 탁월했다.
그라시는 1898년 여름 내내 이탈리아의 불결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말라리아를 옮기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20여 종류를 연구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들 모기는 말라리아가 발생하지 않는 지역에서 항상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한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24가지의 회색모기도 제외시켰다. 그들 모기는 불경스럽게도 신성한 교회 내에서도 사람들을 물었는데도 아무도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라시는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들의 집을 조사하고 직접 인터뷰를 통해 말라리아가 발생하는 곳에는 어디든지 모기가 있으므로 그 모기는 매우 특별한 종류의 흡혈모기라고 확신했다.
사람들은 흡혈모기를 잔자로네(학명으로는 아노펠레스 클라비거)라고 부른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그 모기는 꼬리를 항상 하늘로 치켜 올리고 앉았다(집모기는 꼬리를 아래로 기울이고 앉기 때문에 구분할 수 있다). 그는 잔자로네가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확신 하에 자기 고향인 로벨라스카에서 소년들에게 모기를 잡아오게 했다. 그는 스스로 실험동물이 되어 침대에 누워 모기들이 물기를 기다렸지만 모기는 그를 물지 않았다. 대신 그의 어머니를 물었지만 어머니는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에게도 운이 따라 주었다. 솔라라는 환자가 그에게 실험대상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 말하며 세 가지 종류의 모기 암컷에게 매일 저녁, 한 달 동안 물려도 자신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라시는 잔자로네 모기를 포함하여 세 종류의 모기를 준비하고 솔라를 물도록 했다.
첫 번째, 두 번째 모기는 솔라의 장담대로 말라리아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잔자로네에게 물린 열흘 뒤 솔라는 오한으로 온몸을 떨었고 말라리아 증세를 보였고 그의 혈액은 말라리아 병원균으로 우글거렸다. 그후 그는 잔자로네가 다른 사람들도 말라리아를 걸리게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그라시는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걸렸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특효약인 퀴닌으로 처방했으므로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
그때 그라시는 로스가 새를 가지고 한 실험 결과를 들었다. 그라시는 로스의 논문을 보고 잔자로네 모기의 위장과 침샘에서 동그라미와 사마귀, 방추형의 실들을 관찰하고 로스가 정확하고 옳다는 것을 알았다.
코흐가 말라리아 연구에서 실패한 것은 텍사스열이 소에서 소로 옮아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라리아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미에게서 말라리아를 물려받은 새끼 모기가 사람을 물어서 감염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라시는 로스의 연구에 허점을 발견했다. 그는 수백 번의 정밀한 실험으로 사람에게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새들에게는 병을 옮기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라시는 자신의 실험을 끝내고 잔자로네의 유죄를 확인하자마자 사람들에게 말했다.
“잔자로네를 멀리하면 몇 년 내에 이탈리아에서 말라리아는 사라질 겁니다.”
그라시는 고집스럽고 전형적인 사람이었다. 자신이 잔자로네의 위험성을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잔자로네가 활동하는 저녁에 산책을 하는 것을 보더니 말라리아모기가 기다리는 시간에 산책을 한다니 말라리아에 걸리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화를 냈다.
그는 저녁에 산책하려면 면장갑을 끼고 베일을 두르고 나가라고 조언했다. 사랑에 관한 일이라면 세계에서 이탈리아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탈리아인들에게 두꺼운 면장갑과 베일을 두르고 다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그라시 교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당연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잔자로네를 무시하는 것을 묵과할 사람은 아니었다. 한 가정이라도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수십 년을 거쳐서라도 설교할 가치가 있다며 공개 실험을 추진했다. 그는 말라리아가 심한 카파치오 지역의 철도청 직원들과 가족 112명을 해질녁에 잔자로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집안에 설치한 방충망 속에 있도록 했다.
그의 실험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인근에 살고 있는 415명의 주민 대부분이 말라리아에 걸렸지만 방충망이 쳐진 감옥 아닌 감옥에서 밤을 보낸 112명 중에서는 다섯 명만이 말라리아에 걸렸다. 그것도 매우 가벼운 말라리아였는데 그라시는 그 전에 걸렸던 병이 재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스 소령과 그라시의 결말은 너무나 달랐다. 로스는 회색 모기가 새들에게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것을 발견한 공로로 1902년 노벨상을 받았다. 플라스모디아가 말라리아 병원균이라는 것을 발견한 라브랑도 1907년 노벨상을 받아 그런대로 위안할 수 있었다. 반면에 인간에게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것을 발견한 그라시는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그라시가 로스는 회색모기가 새들에게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것을 아마추어적인 연구로 발견한 것이지 실제로 말라리아모기가 말라리아를 사람에게 옮긴다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아무것도 기여하지 못했다면서 노벨상 수여 사실에 이견을 제시했다. 로스는 그라시의 비난에 그라시야말로 자신의 연구결과를 도용한 도둑이며 허풍선이라고 넌지시 말했다. 물론 로스에게 수여된 노벨상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물론 로스와 그라시는 개인적으로 서로 으르렁거렸지만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모기를 죽이고 환자들에게 항(抗)말라리아 약제인 키니네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데는 보조를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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