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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야기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크게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로 나뉠 수 있다.
2013-08-14 12:43:29
이엠생명과학연구원

구제역이 창궐하면서 대략 세 달 동안 우리나라 사육 돼지의 삼분의 일에 달하는 300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을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바이러스’라는 키워드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도록 하자.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크게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로 나뉠 수 있다. 박테리아에 속하는 미코박테리아의 다양한 균주로부터 발병하는 결핵을 박테리아성 전염병이라 한다면, B형 간염이나 에이즈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라 할 수 있다. 두 미생물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박테리아는 그 크기가 1 마이크로미터 (1밀리미터의 천분의 일)안팎에 달한다.

 

반면 바이러스는 다시 그것의 1/20-1/50 정도인 나노 사이즈에 해당한다. 박테리아는 마치 하나의 단세포처럼 자기가 성장하고 대사하고 생식하는데 필요한 물질들을 많은 경우 자체 해결하는데 비해, 바이러스는 이러한 물질들 대부분을 기생하는 숙주로부터 빌려 쓴다. 바이러스를 생명체와 무생명체의 중간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 없이 개체를 번식시킬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사실이 바이러스를 아주 무서운 병원성 미생물로 만들어 준다. 바이러스는 게놈의 크기가 작고 거기서 발현되는 단백질의 종류 역시 적다. 게다가 바이러스에 속하는 많은 아종들의 게놈이 RNA로 되어 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나 구제역을 일으키는 FMDV(Foot and Mouth Disease Virus)의 게놈은 형태는 약간 다르지만 RNA로 구성되어 있다. RNA를 게놈으로 하는 경우 이를 원본으로 DNA나 RNA를 만들 때 변이가 일어나기 쉽다. 이 작업을 하는 RNA 중합효소의 오차발생률이 DNA 중합효소의 그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작은 크기의 게놈, 적은 종류의 단백질, 여기에 아주 높은 변이(Mutation)의 빈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바이러스는 아주 위험한 병원체가 되고 만다. 그 이유는 면역반응을 살펴보다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나 가축의 체내로 병원성 미생물이 들어오면 면역세포인 마크로파아지, T세포, B세포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 미생물과 반응하여 이를 중화시키게 된다. 바이러스가 이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준비한 전략이 바로 변이인 셈이다. 바이러스 표면을 이루는 몇 안 되는 단백질에 잦은 변이가 일어나게 되면 면역 세포들이 잘 인지 할 수 없는 형태로 뒤 바뀌어 면역세포들의 타겟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변이는 또 다른 관점에서 아주 위험한 결과를 낳는다. 보통 대부분의 전염병은 ‘종의 벽’을 가지고 있다. 어떤 병원성 미생물이 어떤 종의 숙주에게는 병을 일으키지만 다른 종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변이가 아주 빈번히 일어나다보면 이러한 종의 벽이 깨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조류독감이나 SIV/HIV라 할 수 있다. 물론 변이 이외의 다른 원인들도 종간 적응 메카니즘에 관련되어 있지만 빠른 변이가 그 중 아주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바이러스에 관련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도시화와 대량 사육 체제라 할 수 있다. 숙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바이러스를 기르는 인큐베이터(배양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도시화가 진전되어 서울과도 같은 거대도시가 생기고, 가축 수천 마리를 한군데 몰아넣고 기를 수 대량 사육 체제가 자리 잡게 되자 바이러스의 변이와 생존 능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숙주들이 듬성듬성 살고 있는 것과 한군데 밀집해서 살고 있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밀집한 숙주들의 모습을 통해 바이러스 거대 배양기를 떠올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게다가 더 나아가 거대 도시/축사에 살고 있는 숙주들의 면역 능력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면 바이러스의 번식을 위한 최적의 조건들이 갖춰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현대화를 통해 이뤄진 국제화라는 조건이다. 현대 사회의 바이러스 전염병이 국지적으로 머물지 않고 금새 국제적으로 번지는 까닭은 국제화가 진전된 현대 사회의 특성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이상 살펴본 바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혹 우리 자신이 바이러스의 배양기 노릇을 하기도 하고 우리가 먹는 가축들이 그 노릇을 하기도 한다. 도시화, 산업화, 대량 생산체제, 대량 사육 체제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곧 바이러스 배양 시스템이 그만큼 거대화 체계화되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이번 구제역 사건을 두고 초기 대응 문제, 백신 접종의 타이밍 문제, 살처분 과정의 문제 등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이슈들은 모두 사건의 미시적 원인들에 해당한다. 물론 각 이슈들에 있어서 보다 효율적이고 타당한 대응을 했더라면 지금과 같이 상상을 초월한 규모의 전염병으로 발전하지 않았을 확률은 높다. 하지만 이러한 원인들에 대한 분석과 대책 마련이 읽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시대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양상의 생태계에 대한 성찰과 관련된 부분이다. 바이러스는 그것이 아주 단순한 구조를 지니고 있고 단순한 방식으로 번성한다는 점에서 생존 전략 면에서 인간보다 훨씬 우월한 면이 있다. 어찌보면 바이러스는 그 자신 뿐 아니라 그들이 속한 생태계의 진화를 주도하는 미생물들이다. 그들이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변이하고, 그 결과물들을 숙주들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심어 놓는 것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진화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이 가운데 놓인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바이러스 고배양의 시대를 받아들이고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 삶의 방식, 사회 구조의 형태를 변화시켜 적정선의 바이러스와 느긋하게 교류하며 살아야 하는가? 언제나 답은 어느 극단이 아닌 절충일 것이다. 구제역 파동을 앞에 두고 이러한 질문을 실감 나게 접하고 모두 나름의 답을 고민하기를 희망한다. 바이러스를 알고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이제 현대인들의 덕목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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