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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야기 배아 줄기 세포는 몸의 어떤 세포든 만들어낼 수 있다.
2013-08-16 14:32:35
이엠생명과학연구원
마스터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들을 총괄해 
 
인간의 뇌 형성을 관장하는 마스터 유전자가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미국과 중국의 연구자들은 팍스6(Pax6)라는 유전자를 연구하여, 이 유전자가 배아줄기세포를 뇌와 관련된 갖가지 세포로 분화시키는 주된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유전자는 배아가 처음에 발달하기 시작할 때, 줄기세포를 신경외배엽으로 분화시킨다. 신경외배엽은 나중에 발달하여 뇌를 만든다.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신경외배엽 세포들에서는 모두 이 유전자가 활성을 띠고 있으며, 이 유전자를 없애면 배아줄기세포가 신경외배엽 세포로 분화하지 않았다.

배아줄기세포 분화시키는 마스터 유전자

▲ 배아 줄기 세포는 몸의 어떤 세포든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서 마스터 유전자(master gene)라는 말이 눈에 띈다. 이는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마스터 유전자란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뜻한다. 학급의 반장, 회사의 사장, 공사장의 십장처럼, 마스터 유전자도 다른 유전자들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마스터 유전자는 배아줄기세포가 특정한 부류의 세포로 분화하도록 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알다시피 배아줄기세포는 몸의 어떤 세포든 만들어낼 수 있다. 뇌세포가 될 수도 있고 심장세포가 될 수도 있다. 이 분화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마스터 유전자이다. 배아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마스터 유전자가 작동하면, 신경세포와 관련된 유전자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분화가 일어난다.

마스터 유전자는 2003년 에든버러대의 이언 챔버스 연구진이 처음 발견했다. 연구진은 생쥐 배아줄기세포가 다른 세포로 분화되지 않도록 그대로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들은 그 유전자에 나노그(Nanog)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유전자가 활동하지 못하게 막자, 배아줄기세포는 내배엽으로 분화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배아줄기세포를 계속 유지시키는 마스터 유전자라고 했다.

팍스6는 어떻게 눈을 만들어낼까

▲ 팍스6는 곤충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동물에게 있다  팍스6는 본래 눈의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 스위스의 발터 게링은 팍스6가 눈의 발달을 총괄하는 마스터 유전자임을 밝혀냈다. 초파리의 더듬이가 자랄 부위의 세포에 있는 팍스6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키면, 그 부위에 더듬이 대신 눈이 자란다.

팍스6 자체가 눈을 만드는 명령문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대신 팍스6는 직접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많은 유전자를 총동원하여 눈을 만들라고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약 2천500개의 유전자를 동원한다고 한다. 유전자들은 계층 구조를 이루어 작동하여 눈이라는 최종 목표를 만들어낸다.

팍스6 유전자는 어떻게 이 일을 해낼까? 이 유전자는 전사 인자라는 것을 만든다. 전사 인자는 다른 유전자의 조절 부위에 결합하는 단백질이다. 어떤 유전자의 조절 영역에 전사 인자가 결합하면 그 유전자는 활성을 띠거나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조절 부위에 붙어 있던 전사 인자가 떨어질 때 유전자가 활성을 띠거나 잃기도 한다. 팍스6 유전자의 전사 인자는 눈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조절 영역에 달라붙어서 작용하는 듯하다.

놀라운 점은 곤충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동물이 이 유전자가 있다는 점이다. 똑같은 형태는 아니고 종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 진화하면서 사라지지 않고 보존되어 왔다는 것은 이 유전자가 동물에게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집을 고칠 때 창문이나 화장실 같은 곳은 마음대로 바꾸어도 되지만, 대들보나 기둥은 빼내면 집 자체가 무너지므로 건드리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유전자 중에도 없어지거나 돌연변이가 심하게 일어나면 생존이나 번식에 심하게 지장을 주는 것이 있다. 그런 유전자는 생물이 진화하고 종이 갈라져도 보존될 가능성이 높다. 팍스6가 바로 그렇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뇌 형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팍스6 유전자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생각을 자극한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눈이 여러 번에 걸쳐 발명되었다고 생각했다. 곤충의 눈, 오징어의 눈, 사람의 눈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링은 팍스6 유전자가 편형동물부터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모든 좌우대칭동물이 지니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다.

이 동물들이 모두 눈을 만드는 똑같은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설령 눈의 구조는 저마다 다를지라도 모든 동물의 눈은 기원이 같다고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곤충의 겹눈이나 우리 눈이나 형태는 크게 다르긴 해도 비슷한 마스터 유전자에서 출발한다니, 흥미로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언어 유전자, 폭스피2

▲ 폭스피2는 언어와 관련된 뇌 영역뿐 아니라 근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폭스피2(FOXP2)도 널리 알려진 마스터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는 언어 유전자 또는 문법 유전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람이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나 고릴라와 달리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다 이 유전자 덕분이다.

폭스피2는 1990년에 언어장애가 있는 한 가족을 연구하다가 발견했다. 그 가족은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났는데, 말하는 데 쓰는 입과 얼굴의 근육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지능도 떨어졌다. 즉 이 유전자는 언어와 관련된 뇌 영역뿐 아니라 근육에도 영향을 미치는 마스터 유전자이다.

폭스피2는 생쥐도 지니고 있다. 생쥐와 인간의 폭스피2는 겨우 세 군데가 다를 뿐이다. 또 인간의 폭스피2 유전자는 침팬지, 고릴라, 붉은털원숭이의 것과 두 군데만 달랐다. 이 두 군데 차이가 인간과 침팬지의 언어 구사 능력 차이를 낳았다. 이 두 군데는 인류 계통이 진화하면서 변한 것인데, 연구자들은 이 돌연변이가 인류 집단에 자리를 잡은 것이 20만 년 이내라고 추정한다. 따라서 언어도 그 무렵에 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

폭스피2는 언어뿐 아니라 폐, 소화기관, 심장 등 여러 기관의 발달에도 관여한다. 폭스피2 유전자는 팍스6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여러 유전자들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전사 인자를 만든다. 그래서 마스터 유전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밖의 마스터 유전자들

▲ SATB1은 유전자 발현과 면역 반응, 항체 생산을 조절한다.  2008년에는 미국의 테루미 고이시게마츠 박사가 유방암을 몸의 다른 부위로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마스터 유전자를 찾아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SATB1이라는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는 염색질의 구조를 변화시켜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일을 한다. 또 면역 반응과 항체 생산도 조절한다.

그런데 테루미 박사는 이 유전자가 유방암에서는 약 1천 개의 다른 유전자들을 조절하여 암의 전이를 활성화시키는 마스터 유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든 범죄의 두목’이다. 이 유전자가 활성을 띠기만 하면 유방암은 전이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유전자의 활성을 억제하면 암세포의 전이가 멈춘다고 한다.

그 외에도 뉴스를 검색해보면, 희귀한 소아암을 일으키는 마스터 유전자, 지방을 많이 섭취해도 살이 찌지 않도록 하는 마스터 유전자, 폐 질환을 억제하는 마스터 유전자,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마스터 유전자, 수명을 조절하는 마스터 유전자, 세포 생장을 조절하는 마스터 유전자 등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마스터 유전자는 앞으로도 계속 발견될 듯하다.

마스터 유전자의 다양한 활용

과학자들은 마스터 유전자가 의학적으로 다양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를테면 조직과 장기를 분화시키는 마스터 유전자는 줄기 세포를 이용하여 대체 장기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 한편 암이 생기거나 퍼지는 것을 막는 데 쓸 수 있는 마스터 유전자도 있다. 마스터 유전자는 비행기를 타고 멀리 이동했을 때 나타나는 시차를 극복하거나, 수명을 연장시키는 약물 개발에도 쓸 수 있다. 정신병이나 언어 장애 같은 뇌와 관련된 여러 장애를 치료하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거나 근원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 유용한 셈이다.

하지만 마스터 유전자를 그냥 잠재우는 식으로 치료를 하다가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마스터 유전자는 아주 많은 유전자를 조절하므로, 그것의 활성을 변화시켰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암을 치료하기 위해 마스터 유전자를 억제했는데, 다른 기관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자칫하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마스터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것일수록 제대로 이해하고 이용하는 데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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