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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야기 네우로스포라 크라사(Neurospora crassa)
2013-08-16 15:32:04
이엠생명과학연구원

분자생물학의 창시자
             ─네우로스포라 크라사(Neurospora cras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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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브루노(지금의 체코)의 수도원에서 완두콩 교배 실험으로 19세기에 현대 유전학의 기초를 닦은 그레고르 멘델Gregor Mendel의 이름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멘델은 서로 다른 성질을 띤 식물들을 교배시켜, 꽃의 색 같은 특성이 마구 뒤섞여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법칙에 따라 유전한다는 사실을 발경하였다. 멘델만큼 친숙한 다른 이름들로는 DNA의 구조를 밝힌 영국인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과 그의 미국인 동료 제임스 왓슨James Watson이 있다. 멘델의 연구는 유전 정보를 옮기는 물질의 존재를 암시했고, 1950년 초에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연구하던 왓슨과 크릭은 이 <유전자>가 DNA의 이중나선에 존재하며 살아 있는 세포의 핵이 분열할 때 확실하게 복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이 유전자들은 얼마나 정확하게 꽃의 색 또는 다른 식물이나 동물 혹은 미생물의 특성을 발현하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최초의 구체적인 노력은 앞서 언급한 사람들 보다는 덜 알려진 조지 비들George Beadle과 에드워드 테이텀Edward Tatum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 두 사람이 1941년에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보(PIMS)》에 발표한 논문은 유전학을 실용 과학으로 바꾼 혁명이었을 뿐 아니라 왓슨과 크릭에게 분자생물학의 무대를 마련해 주기도 하였다. 사실 이 진보의 영예 중 일부는 이들의 공동 연구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 네우로스포라 크라사에게로 돌려야 할 것이다. 1958년에 비들과 테이텀이 조수아 레더버그Joshua Lederberg와 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것도 별 볼일 없는 평범한 곰팡이의 역할에 힘입은 바가 크다.

 

 


  네우로스포라 크라사도 다른 미생물처럼 천문학적인 양으로 증식하여 균사체를 이루어야 맨눈에 겨우 보인다. 네우로스포라 크라사의 미미한 <균사>는 얇은 실과 같고 한데 어울려 분홍빛 균사체를 형성하며 종종 오래된 빵 조각 위에 아주 작은 붉은 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과거에는 위생 기준이 현재만큼 엄격하지 않아서 이 미생물은 제과점의 훼방꾼이었다. 이 곰팡이는 건강에는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모양이 꼴사나웠기 때문에 곧 <잡초 곰팡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비들과 테이텀이 네우로스포라 크라사를 연구하기 시작한 1930년대 후반에는 과학자들이 멘델의 연구를 쫓아 유전에 대한 증거를 더욱 많이 수집하였다. 미국의 유전학자 토머스 헌트 모건Thomas Hunt Morgan은 살아 있는 세포에서 유전적 특성을 가지는 것이 염색체─염색약에 염색되기 때문에 이렇게 불렸다─임을 보였다. 한편 미국인 동료 허먼 멀러Hermann Muller는 유전자가 염색체 내의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유전자가 어떻게 작용하는가>였다. 아마 세포 안의 화학적 과정을 저절함으로써 작용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이것은 그럴듯한 가정에 불과했다.

 

 


  조지 비들은 1903년에 미국 네브라스카의 와후Wahoo에서 태어났다. 그는 네브라스카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했지만 나중에는 당시에 한창 발전하기 시작한 유전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코넬 대학교에서 옥수수에 대한 연구를 한 후에는 캘리포니아 공학 연구소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Caltech)로 가서 모건과 함께 과일파리를 연구했다. 1937년에는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로 임명됐다. 거기서 그는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던 에드워드 테이텀을 만나게 되었다. 테이텀은 콜로라도의 볼더Boulder에서 태어났고 비들보다 여섯 살이 적었다. 그는 위스콘신 대학교를 졸업하고, 네덜란드의 우트레히트Utrecht에서 생화학자로 일했으며, 그 역시 그곳에서 과일파리의 유전성을 연구했다.


  어떻게 유전자의 활동을 간파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를 하던 중 비들과 테이텀은 과일파리보다는 훨씬 덜 복잡한 다른 대상을 연구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에게는 개별적인 화학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개체가 필요했다. 네우로스포라 크라사가 이 조건에 알맞았다. 이 곰팡이의 구조와 생활 양식은 비교적 단순했고, 실험실에서 미생물 배양에 널리 쓰이는 젤리형 한천 배지에서 무성하게 자랐다. 비들과 테이텀은 네우로스포라 크라사로 실험을 하면서 유전자들 간의 중요한 상호 관계를 밝혀냈다. 그들은 특정 유전자가 그에 상응하는 특화된 효소─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화학 적용을 일으키는 촉매─와의 작용을 통해서 발현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비들과 테이텀은 우선 네우로스포라 크라사에 X선을 쪼임으로써 포자의 변이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이 포자들을 각각 따로 배양하였고 변이 포자(변이체) 중 하나는 배지에 비타민 B1(티아민)이 포함되어 있어야만 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번째 변이체는 비타민 B6(피리독신)을 필요로 했다. 이것은 X선이 두 변이체에서 각각 다른 두 개의 유전자를 파괴하여 그것이 생산해내는 효소도 함께 파괴했다. 따라서 변이체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비타민 대신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비타민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곧 하나의 유전자는 하나의 특정 단백질(혹은 단백질의 일부)생산에 관여한다는 <유전자 하나에 효소 하나>라는  개념이 등장 했다. 하나의 유전자와 이 유전자가 조절하는 과정 사이의 상관 관계가 밝혀지면서 네우로스포라 크라사는 왓슨과 크릭의 분자생물학뿐 아니라 현대 유전공학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들과 테이텀은 조심스럽지만 확신을 가지고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보》에 그들의 연구가 가지는 의미를 요약하여 발표했다.

  예비 실험의 결과들을 볼 때, 이런 식의 접근을 통해 발생 기는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메커니즘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합성 과정에서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변이체를 찾아냄으로써, 이 화학 반을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유전자가 단 하나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 있다.

  비들과 테이텀은 논문을 작성하여 발표하는 동안에도 그들이 선택한 네우로스포라 크라사의 도움으로 <유전자 하나에 효소 하나>라는 개념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들은 각주에 < 이 논문이 인쇄 된 이후에, 하나의 유전자가 정상 상태를 변이시켰을 때처럼 티아졸과 아미노벤조산을 합성할 능력이 없는 것도 유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라고 적었다. 다시 말하면 특정 유전자가 결정하는 두 가지 능력이 더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비들과 테이텀이 연구한 것과 같은 화학적 변화들은 일련의 변형 과정에서 종종 나타나는 각 단계들임을 안다. 살아 있는 유기체들은 이러한 단계를 통해 식품을 분해하거나 새로운 물질을 합성한다. 이 연속 과정을 대사 과정이라 부르며, 이것은 세포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이 정확하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처음 보여준 것은 바로 네우로스포라 크라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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