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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야기 할로아르쿨라(Haloarcula)
2013-08-16 15:36:04
이엠생명과학연구원

네모난 미생물
             ─할로아르쿨라(Haloarc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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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을 둘러보자. 세포와 먼지, 꽃과 나무, 나비 날개와 크로커스 알뿌리, 동그라미와 나선, 야자수잎과 벌집, 그 밖의 제멋대로 생긴 것들, 끈적끈적한 액체와 보이지 않는 가루 등이 보인다. 보이지 않는 것이라곤 넓적한 사각형뿐이다. 건물, 책, 체스판,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기하학 수업을 받는 교실 등 네 변과 네개의 직각으로 구성된 정사각형은 생물권의 모습이 아니라 문화의 모습이자 인위적인 환경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감자를 얇게 썰어 만들어 감자 윤곽이 그대로 나타난 감차 칩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감자 반죽을 만들었다가 얇게 밀어 고각으로 잘라 만든다. 네모나고 넓적한 감차 칩은 모양도 그럴듯 하고 한데 모아 깔끔하게 포장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것을 먹으면서도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며 왠지 껄끄럽게 느끼기도 한다.

  미생물 집단도 거시적인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모양에 따라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세균의 모양은 둥글거나 길쭉하다고 말한다. 항생 물질을 분비하는 미생물 종류는 실 모양을 하고 있으며 매독균 같은 나선균은 포도주병 코르크 따개 모습을 하고 있다. 성홍열균 같은 구균은 둥근 모양으로, 안쪽에서 생긴 높은 삼투압 때문에 바깥쪽으로 밀고 나오려는 힘이 생겨 고무 풍선처럼 둥글게 부풀어 있다. 이 이름은 작은 딸기 열매와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다. 좀더 간단한 세포벽에 다른 모양을 한 세균으로는 막대 모양의 간상균이 있다. 세균성 폐렴의 원인이 되는 구균의 경우에는 협막capsule(세포벽 바깥을 덮고 있는 막)을 가진 것들끼리 무리를 이루기도 한다. 미생물학자들은 계속해서 세포들의 이런저런 모습을 조사했지만 네모나거나 각진 세포는 찾지 못했다.

 

적어도 1980년 전까지는 그랬다. 1980년에 영국 웨일스에 있는 귀네드Gwynedd의 해양 과학 실험실에 근무하던 토니 월즈비Tony Walsby는 1980년 《네이처》에 네모난 세균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에서 이 특이한 모양의 세균을 찾아냈다. 그는 이곳에서 기포(가스를 품고 있는 소기관)를 가진 세균이 소금물 웅덩이에 있는지를 조사하였다. 사실 그가 시작한 연구는 바다에 사는 플랑크톤의 세포 내에 이런 구조가 들어 있는지에 대해 이제까지 연구된 것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그때까지는 이 미생물이 부력을 받는 기포를 이용하여 원하는 수심에 자리를 잡는다고 생각했다.


  월즈비는 여러 곳의 민물을 조사했고 기포를 가진 세균은 안정된 연못에서든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연못에서든 모든 연못에서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때는 이미 다른 연구자들이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든 소금 속에서 그와 비슷한 세균을 찾아내 호염성 세균(Halobacterium)이라고 이름 붙인 후였다. 그래서 그는 시나이로 가서 이 세균을 찾아, 기포가이들을 산소가 풍부한 표면으로 떠올려 잘 자라도록 해준다는 사실을 밝혀내고자 했던 것이다.


  그가 발견한 세균이 알려지자 전세계 미생물 실험실에서는 놀라움과 함께 의혹의 물결도 일었다. 그는 나브크 바로 남쪽의 사브크라(해수면 높이의 연안 지대)에 있는 고염도의 웅덩이에서 소금물을 채취했다. 이 소금물에는 기포를 가진 미생물들이 득실거렸다. 대체로 크기와 모습이 다른 다섯 종류의 미생물이 있었고, 네모난 세균이 가장 많았다. 소금물 1밀리리터에 이 세균이 무려 7천만 마리나 들어 있었다. 이리하여 상상하지 못했던 이 생물들의 존재가 밝혀졌다.


  자세히 조사해 보니 이 세균은 이전에 본 것과는 전혀 다르게 얇고 네모난 종잇장 같았다. 또한 예상했던 대로 이 세균은 기포가 부력을 받아 소금물 웅덩이 표면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세균은 너무나 얇고 투명했으므로 그는 기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할 정도였고, 더구나 이런 특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싼 고농도의 염분 때문에 이 세균은 삼투압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더 나아가 둥근 모양을 갖추려는 성질도 무시되었다. 만약 이들이 삼투압의 영향을 받아야 했다면 아마 쉽게 터져 버렸을 것이다. 어째서 이들이 네모난 모습을 하게 되었는지는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월즈비는 이들을 찾아내고 <네모>라는 뜻으로 <쿼드라(Quadra)>라는 이름을 제안하였지만 나중에 <소금 상자>라는 뜻의 <할로아르쿨라(Haloarcula)>라고 명명되었다.


  우표처럼 보이는 신비로운 모습의 이 세균이 어떻게 움직일까하는 것도 수수께끼다. 어떤 세균들은 독자덕인 추진력을 갖추지 못한 채 물이나 바람 또는 다른 생물에 실려 이리저리 옯겨다닌다. 막대나 소시지 모양의 움직이는 세균들은 하나 이상의 기다란 편모를 갖고 있다. 이들은 주위 환경 속에서 편모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혹은 여러 편모를 꽃술처럼 한데 모아 배의 프로펠러처럼 흔들면서 움직인다. 편모의 아래쪽에는 모터만큼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며 편모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1초에 200번이나 돌린다. 이들은 이 힘으로 주위의 액체를 헤집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뮌헨에 있는 막스 플랑크 생화학 연구소의 디커 외스터헬트Dieter Oesterhelt와 예루살렘에 있는 헤브루 대학교의 연구자들이 밝혀낸 사실로 볼 때, 이 네모난 세균은 의외로 잘 움직일 수 있다. 특이하게도 이 미생물은 뒤로도 헤엄칠 수 있다. 이들은 오른쪽으로 꼬인 편모를 마치 나사의 방향을 바꾸듯이 시계 방향으로 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원하는 대로 돌려가며 움직인다. 한 개체가 마음대로 방향을 바꾸면 여러 개체의 편모가 발휘하는 힘 때문에 제각기 흩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네모난 세균은 매우 협동적이므로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네모난 것이 있다면 세모난 것은 없을까? 이에 대해 1986년에 호리코시 고키[弘毅掘越]를 비롯한 일본 미생물학자들은 삼각형 모양의 세균을 발견했다고 처음 발표했다. 그들은 일본 서부의 이시카와현 염전의 소금물 속에서 넓적하고도 건강한 종을 찾아 낸 것이다. 미생물학자들은 네모나거나 세모난 세균이 알려진 이 후 다음에는 어떤 것이 나타날지 기대하고 있다. 혹시 팔각형의 미생물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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