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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야기 놀랍게도 철이 덜 든 미생물
2013-08-16 16:11:10
이엠생명과학연구원


"유조선 탱크에 쇳가루를 좀 채워 주면, 나는 지구를 빙하기로 만들 수 있다". 어느 해양생태학자의 말이다. 세계는 지금 지구온난화 문제로 공포에 떨고 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북극곰에게 필요한 빙하도 줄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걱정해야 할 것은 더운 지구가 아닌 추운 지구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간빙기의 마지막 단계로 알려져 있어, 화석에너지를 고갈시킨 인류에게 추위가 온다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미래는 미래이고 지금은 뜨거워진 지구를 식혀야 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는 산업화가 가져온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로 변환되기 때문에 지구의 광합성을 늘리면 지구의 온도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육지의 산림을 늘리면 되지만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에서 광합성이 가능한 미생물의 양을 증가시키면 어떨까?

그동안 해조 등을 포함한 해양 미생물은 바다 속의 질소(N)와 인(P)이 부족해 증식에 제한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해양학자들이 철과 해양 플랑크톤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질소나 인보다 철이 개체수 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철이 부족한 바다에 철을 뿌려주면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많아져 지구의 온도가 내려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빙하기가 될 정도로 온도가 내려가면 곤란하겠지만.

몸에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에 걸리는 것처럼 철은 산소의 이동, 효소 작용, 핵산의 복제 등 생리 작용에서 꼭 필요한 영양소다. 철은 지구상에서 네 번째로 풍부한 원소인데 어떻게 모자랄 수가 있을까?

우리가 사는 환경에서는 산소 때문에 철의 용해도가 낮아 철분 섭취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 몸은 철을 ‘페리틴’과 같은 복합 단백질의 형태로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이용한다. 미생물도 생장을 위해 철을 필요로 하지만 'Fe(III)'는 광물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미생물은 이를 직접 이용할 수 없다. 미생물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먼 옛날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 대기 중에 산소가 없어 미생물은 환원된 형태인 Fe(II)을 이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광합성에 의해 산소가 점점 늘어 이용할 수 있는 철이 귀해지면서 미생물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미생물은 철을 녹여 세포 속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시데로포어(Siderophore)’라는 유기물질을 자체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시데로포어는 ‘철(Sidero)의 이동자(phore)’라는 뜻으로 현재 300개 이상의 구조가 알려져 있다.

미생물은 철이 필요하면 시데로포어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에게 신호를 보내 시데로포어 분자를 조립한다. 세포질에서 만들어진 시데로포어는 세포 밖으로 나와 철과 Fe(III)-시데로포어 결합체를 형성한다. 이 결합체는 미생물의 막단백질을 통해 세포 속으로 들어가 철을 공급한다.

시데로포어는 미생물뿐 아니라 식물에서도 발견되며 인간의 면역세포와도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데로포어 연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들이 질병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심장병이나 암과 같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세균 감염에 의한 사망률은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다. 만약 세균이 시데로포어를 만들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이들에 의한 감염을 줄일 수 있다.

항생제 남용으로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미생물이 늘고 있는 것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다. 미생물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원인에는 세포로 흡수된 외부물질을 세포 밖으로 배출시킬 수 있는 능력을 들 수 있다. 만약 약물의 전달 방향을 세포 밖에서 세포 안쪽으로 촉진시키면 항생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이용해 시데로포어와 항생제를 결합시킨 미생물의 자살유도 항생제가 연구되고 있다. 철이 부족한 질병균은 'Fe(III) 시데로포어 항생제 복합구조'를 자신이 내보낸 시데로포어인 줄 착각하고 세포 속으로 받아들인다. 영양제가 아닌 사약을 먹은 이들의 운명은 여기에서 끝이다. 미생물의 능력은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과학자의 능력이다.

김상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

 

출저>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090211200000012627&classcode=01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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